2010년 3월 25일 목요일

아이티 긴급구호가 생각나게 하는 것들

 
작성일
2010.03.13 09:56

오늘 네이버에 굿 네이버스의 긴급구호를 따라간 사진작가의 글이 실렸다.
CMF 국제 보건 모임 게시판에서 아이티 긴급 구호를 다녀오신 선생님의 우리나라 긴급 의료 구호에 관한 글을 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직접 NGO라는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들 하나하나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히트를 친 '아마존의 눈물'같은 것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아도, 나는 그렇게 관심이 쉽게 가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또 깨닫고 싶지 않아서,그래서 그렇다.
매일같이 빈곤과 기근, 자연파괴와 인권유린의 현실, 불공평한 의료 재분배..
과연, 문명화 혹은 산업화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되는 매일의 환경에서,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퇴근한 집에서 마져 마주해야한다는 것은 일종의 고문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생때, 환자들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선배들이 싫었고, 환자들에게 막대하는 의사들이 미웠지만, 막상 몇달 되지도 못해서 환자와 싸우고, 어떤 사람들은 만나면 그저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던 것과 같이... 뭐든 '업'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일상화 되어가는 일인 것 같다.
아이티에 큰 지진이 일어나고 난뒤, 줄곧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사실, 난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자꾸 까먹는다. 올 겨울, 여기저기 붙은 단기선교 소식에 나는 때때마다 움찔했었다.
내가 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좀더 관조하게된다.
관조라기보다는,'어디 잘들 하나 보자.'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일하는 세계 지도자 교육 센터의 탄생 비화에서부터 나는 참 많은 NGO 단체들의 알 수 없는 속내들을 만나봤다. 지금도 우리 센터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 난 뒤부터는 뭐든 그런 시선으로 보게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W'에서 두차례나 연예인을 위시한 알맹이 없는 봉사 활동을 촬영해왔을때 (네팔 김혜수편, 인도네시아 김남길편) 저 단체들은 참 능력이 좋아서 저런 연예인들을 섭외하고 좋겠다라는 생각을 먼저했었다. 그리고 도저히 '지속 가능하지 않은' '단편적'이기만 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이해라곤 조금도 없는 '구호'도 아닌 '동정'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아직도 사람들한테 이런게 먹히는구나.. 라는 생각에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아직도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을 구걸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

이것을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포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구호단체들이 그런 말초적인 영상들을 통해서 모은 돈으로 그것 이상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사실이다. 하지만, 내 의문은.. 그런 말초적인 영상이나 메세지 외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한 아이티 문제로 다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아이티 참사 발생 직후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은 '구조',' 긴급 재난 구호' 등의 문제 였을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들에 참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119대원 파견이나 각종 물품 지원등등..
그것은 대단히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다.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사람들을 살려내고, 극적으로 살아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소식을 듣는 사람에게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기쁨을 준다.
그래, 119파견이 효과가 있었어! 의료진을 파견한것이 효과가 있었구나!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극심한 부상 가운데에서도 살아났던 사람들중의 몇몇은 지속적인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서 사망하기 시작하고, 참사 이전부터 가난했던 사람들은 기아속에서 굶어 죽어가기도 한다.
나라 전체는 패닉상태에 빠지고, 정부 기관에서는 아직 어떤 해결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계속 우왕좌왕 하는듯이 보인다.
이 상태에서 '멋진나라 아메리카'는 다시 그 나라에대한 경제적 식민권을 찾기위해 구호에 목숨을 걸고, 어느새 미군과 UN군이 아이티를 장악하고 있다.
KBS 시청자 제보 프로에서도 나왔듯이, 언론이 너무 봉사자 위주의 의견만을 제시하고, 그들의 참담한 현실에만 포커스를 맞춘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백번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그들의 참사를 이용해 다들 슈퍼 영웅이 되려는듯, 보이는 것 반짝이는 것, 극적인 것에만 치중하고 있는 동안,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 그래서 그 참사에서 일어나서 다시 아이티라는 나라가 재건될 수 있도록 하는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에는 그다지 에너지가 모이지 않는 현상은, 내게 있어서는 좀더 자극적인 영상을 통해 돈이나 모으려고 하는 NGO들의 행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불쌍하다'는 반응에서 ARS로 2000원정도의 성금을 모으는 일로 반응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물론 일각에서 이런 관심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 이제 앞으로는 아이티를 어떻게 실제적으로 도울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티 국민들이 더이상 경제 대국들의 경제 식민지가 아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국가로서 설 수 있도록, 혹은, 지금 엉망이 되어버린 의료 시스템 속에서,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감염질환 및 방역대책, 영양실조 및 기근문제와 부상자들에 대한 재활대책등을 어떻게 세워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 심도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국민적인 관심에 앞서, 이 일에 종사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먼저, '뽀대'보다는 '진실'을 추구할 수 있게 되기를.. 나 먼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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